목차
개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1980년대 초, 대한민국 사회는 군사 정권의 억압 속에서도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던 격동의 시기였다. 그 시대 속에서 태어난 프로야구는 국민의 분노와 갈망을 잠시나마 달래줄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의 스포츠’로 떠오른다. 영화 「수퍼스타 감사용」은 바로 이 역사적 배경 속에서 직장인 야구 선수 ‘감사용’이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의 최약체 팀에 입단하며 벌어지는 감동적인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 영화는 화려한 스타가 아닌, 언제나 2군 인생을 살아온 ‘보통 사람’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평범한 외모, 남다를 것 없는 체격, 그리고 나이에 비해 늦은 도전이지만, 감사용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야구’ 하나로 세상과 맞선다. 그의 투수로서의 여정은 단지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인간의 근성과 꿈, 가족과의 갈등, 사회 속의 위치를 고민하는 청춘의 자화상으로 그려진다.
감사용이 속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실력보다는 친숙함과 정감으로 국민들에게 기억되는 팀이었다. 영화는 팀의 연패와 웃지 못할 실수, 감독과 코치진의 무기력, 그리고 그 와중에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당대 프로야구계의 현실을 절묘하게 풍자한다. 동시에, 야구라는 프레임을 통해 관객에게 진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며 ‘진짜 슈퍼스타’의 의미를 되묻는다.
감사용이라는 한 인물의 인간적 성장 서사에는 꿈을 향한 집념과 실패를 극복하려는 끈질긴 정신력이 스며 있다. 시대가 평범한 사람들을 외면하던 때, 그는 오히려 자신을 믿고 ‘최악의 팀’이라는 굴레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인생 1승’을 거둔다. 「수퍼스타 감사용」은 결코 거창하거나 영웅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함으로써, 관객 모두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품고 극장을 나서게 만드는 영화다.
줄거리
1981년 인천, 직장야구 대회 결승전에서 투수 ‘감사용’은 놀라운 투구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은퇴한 선수이자 철강회사 ‘삼미 특수강’의 평범한 사무직 주임일 뿐이다. 야구에 대한 미련을 마음 깊이 품고 살아가던 어느 날, 한국 최초의 프로야구 출범 소식과 함께 그의 인생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신생 팀이 공개 투수 모집을 한다는 벽보를 마주한 그는, 주저 끝에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사용은 불안정한 신체 조건과 늦은 나이, 화려하지 않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제구력과 진심이 담긴 투구로 코치진을 놀라게 하고 결국 입단에 성공한다. 그러나 삼미 슈퍼스타즈는 최약체 팀이라는 오명을 안고 시즌 내내 패배를 거듭한다.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이고, 언론과 팬들의 조롱은 끊이지 않는다. 사용은 주전도 아니고, 경기에 자주 나설 기회도 없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마운드 뒤에서 연습을 거듭하며 ‘언젠가 올 기회’를 준비한다.
팀 내 갈등, 코치진과의 충돌, 가족과의 다툼 속에서도 사용은 야구에 대한 진심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형의 무책임함과 어머니의 현실적인 반대 속에서도 그는 꿈을 좇는 자신의 길을 지킨다.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패배 속에서도 승리를 꿈꾸는 한 사람의 ‘간절함’이 팀에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수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라는 스포츠의 무대 위에서, 한 남자의 치열한 내면 성장과 보통 사람의 진짜 용기를 그린다. 비록 기록상으로는 최하위일지라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투수가 된다.
챕터1-야구는 끝났다고 생각한 남자
황혼의 야구장, 흑백 화면 속에서 감동적인 승리의 순간이 펼쳐진다. 1981년 인천지구 직장야구 결승전. 삼미 특수강의 투수 감사용은 완봉승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마운드 위에서 환호한다. 동료들의 환영 속에서 그는 잠시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느끼지만, 그것이 그의 야구 인생의 끝이라는 걸 알고 있다. 직장야구라는 한계, 프로가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현실은 그에게 다시 야구공을 내려놓게 만든다. 경기 후, 직장 사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와 함께 밝은 표정으로 인천 공업단지를 달리는 사용. 하지만 그의 야구에 대한 미련은 사라지지 않는다.
삼미 특수강은 야구 열정과는 무관하게 그저 평범한 직장일 뿐이다. 국민체조 시간, 동료들은 하품하고 잡담하며 형식적인 운동에만 몰두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사용은 무심한 듯 진지하게 체조를 하고, 이따금 야구공을 만지작거리며 속내를 숨긴다. 관리부 사무실에서 ‘관리인 지침서’를 읽는 척 야구책을 몰래 숨겨 읽는 그의 모습은, 일상 속에서도 여전히 야구를 잊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그에게 직장 동료 장이란은 엉뚱한 관심을 보이며 과장된 연애 감정을 표현하지만, 사용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집에서는 또 다른 현실이 그를 짓누른다. 수산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사소한 오십 원을 두고도 손님과 실랑이를 벌인다. 사용은 어머니를 도우려 하지만 “더 피곤하니까 나가”라는 말에 마음만 다친다. 고단한 어머니와 무책임한 형 삼용, 그리고 어린 여동생 미자와 함께 사는 그의 집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삼용은 텔레비전 한 대를 자랑하며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그저 허황된 도박과 허세뿐이다. 사용은 가족에게조차 자신의 꿈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공개 모집 벽보. 시위와 최루탄, 혼란한 거리 풍경 속에서 사용의 눈에 그 포스터가 들어오고, 그 순간 그의 표정은 굳는다. ‘영웅이 되십시오. 당신 차례입니다.’라는 문구는 그의 심장을 두드린다. 그는 조용히 그 앞에 서서 그 벽보를 응시한다. 사람들 사이의 아우성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사용의 세상은 이제 그 벽보 앞에서 멈춰 선다.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야구에 대한 갈망이, 다시금 꿈틀대기 시작한다.
챕터2-가장 평범한 남자의 가장 위대한 도전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공개 모집 현장. 수많은 지원자들이 줄지어 서 있고, 어색한 표정의 사용도 그 끝자락에 선다. 자신을 돌아보는 듯한 데스크 직원의 의심 섞인 질문에도 사용은 대학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고 조심스럽게 답한다. 키도 작고, 나이도 많고, 경력도 미미한 그는 평가 기준에도 미달이다. 하지만 그런 말들에도 묵묵히 참고 지원서를 내민다. ‘그냥 해보자’는 각오 하나로.
입단 테스트 날, 사용은 철강소 야간 근무까지 마치고 몰래 빠져나간다. 퇴근을 가장해 화장실 창문을 통해 탈출하며, 같은 시각 꿈을 향해 뛰는 장이란과 엇갈리는 장면은 각자의 꿈에 대한 애틋함을 보여준다. 사용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그 언덕길은 그가 평범한 직장인에서 ‘프로야구 선수’로 나아가는 인생의 전환점이다.
겨우 도착한 테스트장에서, 사용은 우스꽝스러운 양복 차림으로 마운드에 선다.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그는 정확한 제구와 노련한 변화구로 포수 미트를 연속으로 꽂는다. 구단 스피드건에 찍히는 120km/h의 직구. 관중도, 코치진도 깜짝 놀란다. 단순한 빠른 공이 아닌, 생각이 담긴 투구였다. 타자 성향을 분석하고 인코스를 공략한 그의 투구에 포수 금광옥은 ‘제법인데요’라며 어깨를 툭 치며 인정의 신호를 보낸다. 이는 사용에게 처음으로 ‘프로’의 세계에서 인정받는 순간이다.
하지만 꿈에 한 발 다가선 사용에게 가장 큰 장벽은 가족이다. 입단 의사를 전하자 어머니는 펄쩍 뛰며 반대한다. 돈도, 장래도 없는 운동을 왜 이제 와서 하냐며 격노한다. 형 삼용만이 “인생은 한 방”이라며 지지를 보내지만, 그것이 진심인지 철없는 공감인지 분간되지 않는다. 사용은 자신도 모르게 외친다. “나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살고 싶어!” 그 외침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이제껏 평범한 삶 속에서 유보되었던 열정의 분출이다.
결국 사용은 철강소에서 몰래 밤마다 훈련을 계속하고, 자신이 만든 포수 모형에 공을 던지며 실전을 준비한다. 그리고 어느 날, 철강소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 오과장이 직접 발표한다. “삼미 특수강의 감사용 군이 프로야구 선수로 입단했습니다!” 그 순간, 모두가 놀라고, 환호하고, 감동한다. 평범한 직장 동료였던 사용은 이제 ‘선수’가 되었다.
기쁨에 벅차 거리로 달려 나가는 사용. 세상이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주는 순간이다. 어쩌면 그가 원했던 것은 ‘야구’보다도,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증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감사용은 ‘삼미 슈퍼스타즈 33번’이라는 번호와 함께, 인생의 새로운 장을 시작한다.
챕터3-연패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이름, 감사용
삼미 슈퍼스타즈 창단식. 선수들은 어색한 포즈로 유니폼 사진을 찍고, 박감독은 “우승이 목표”라며 자신 있게 외친다. 하지만 그 말은 시작부터 허망한 기만에 가까웠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경기마다 연패를 거듭하고, 관중과 언론의 조롱이 쏟아진다. 투수력 부족, 엉성한 수비, 어설픈 작전, 타자들의 집중력 부재… 프로야구의 현실은 사용이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 속에서 사용은 주전도 아니고, 벤치의 일원으로 존재조차 미약하다.
팀은 급속도로 무너지고, 투수들이 무너지면 덕아웃의 사용은 그저 멀찍이 마운드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선배 투수 인호봉은 끊임없이 머릿속으로 계산만 하다 실책을 범하고, 포수 광옥은 위압적인 외모와는 다르게 삼진과 실수로 팀에 민폐를 끼친다. 승관은 팀을 비판하며 자조적인 인터뷰를 남기고, 감독과 코치들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그 와중에도 사용은 묵묵히 불펜에서 연습을 반복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저 ‘마운드에 다시 서는 날’을 기다리며.
한편, 박철순이라는 존재는 삼미와는 대조적인 ‘진짜 슈퍼스타’로 군림한다. 그는 연승 행진을 달리고,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사용이 박철순을 마주하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구장에서 박철순의 사인을 우연히 받은 사용. 싸인볼을 손에 쥐고 돌아선 그의 모습엔 부러움도, 자괴감도, 그러나 끝내 ‘질투’는 없다. 그는 박철순의 자리를 탐내는 대신, 자신만의 마운드를 꿈꾼다.
비 오는 날 처마 아래에서 싸인볼을 바라보는 사용과, 그 공을 우연히 주워 그의 마음을 알아보는 주연의 시선은 이 영화가 단순한 스포츠물이 아닌, 한 인간의 진심이 다른 사람에게 닿는 순간을 담아낸다. 사용은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승리’나 ‘스타’가 아닌,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 후로도 삼미는 연패를 거듭하고, 팬들의 비난은 점점 거세진다. 경기 후 선수단은 화가 난 팬들을 피해 사복으로 갈아입고 몰래 구장을 빠져나간다. 그 마지막에 남겨진 사용은 조용히 싸인볼을 하늘로 던진다. 그것은 부러움이 아닌, 작별의 몸짓이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다시 걷는다. 그저 묵묵히, 야구공 하나 손에 쥐고.
그리고 결국, 사용은 마운드에 선다. 팀은 지고 있지만, 그는 진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투구를 한다. 스트라이크 존을 가르는 그의 공에 팀 동료들은 다시 고개를 든다. 승패를 떠나 감사용이라는 이름이 조금씩 관중의 기억에 새겨지기 시작한다.
‘감사용’. 화려하진 않지만 끝까지 물러서지 않은 남자. 이 챕터의 끝은, 비록 연패 속에서도 묵묵히 제구 하나로 살아남은 그가 어떻게 ‘슈퍼스타’라는 이름을 쟁취하는지를 보여주는 감동의 클라이맥스다.
총평
패배 속에서 피어난 진짜 승리의 이름, 감사용
영화 「수퍼스타 감사용」은 한마디로 말해 ‘평범함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작품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영화는 단지 승패의 이야기나 화려한 영웅담을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무수한 패배와 실수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는 우리가 진정 응원해야 할 슈퍼스타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그 주인공은 바로 감사용,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하게 전 패(0승) 투수 기록을 가진 인물이다.
감사용은 말 그대로 무색무취의 인물이다. 스펙도 없고, 배경도 없으며, 외모나 신체조건조차 프로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공을 던진다. 욕먹고 무시당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그러한 그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감사용’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이유는, 그가 야구공을 던지는 순간의 진심이 단 한 번도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은 극적인 연출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단면들—직장인의 체조, 시장의 흥정, 가족 간의 다툼—속에서 감사용의 인간미를 드러낸다. 특히 어머니와의 갈등은 단순히 운동을 반대하는 가족의 고정된 서사가 아니라, 한국 중산층 가정의 현실과 세대 간의 가치 충돌을 반영한다. 어머니의 ‘돈’ 타령은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자식의 안전을 바라는 현실적인 사랑의 표현이며, 그 속에서 사용은 현실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든 청춘의 대변인이 된다.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팀 역시 이 영화에서 상징적이다. 매 경기 지고, 관중에게 욕을 먹으며, 언론의 조롱거리가 되지만, 그 안에는 좌절을 견디는 평범한 선수들의 진심이 있다. 특히 박철순이라는 슈퍼스타와 사용의 대비는 영화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뚜렷이 부각시킨다. 모두가 박철순을 칭송할 때, 우리는 감사용의 묵묵한 공 하나에 숨겨진 가치도 봐야 한다는 것. 영화는 끝내 사용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더라도, 그가 진정한 ‘승자’임을 관객에게 납득시킨다.
결국 「수퍼스타 감사용」은 우리 모두가 한때 꿈꿨던 어떤 것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영화다. “당신은 포기하지 않았습니까?”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지며, 감동은 마지막까지 여운처럼 남는다. 야구를 모르는 사람도,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감사용’이라는 이름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패배만을 거듭한 한 남자가 세상에서 가장 큰 승리를 거두는 그 순간,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에게 속삭이게 된다.